2022. 8. 12. 09:00ㆍ역사
항상 최초의 약속으로 소급해 보아야 한다
설령, 내가 지금까지 반박해온 점들을 모두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전제정치를 지지하는 자들의 입장은 조금도 유리해지지 않을 것이다. 군중을 복종시키는 것과 사회를 통치하는 것 사이에는 항상 커다란 차이가 있다. 흩어져 있던 많은 개인들이 한 사람씩 어떤 인간에게 예속될 때, 그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과 노예의 주종관계이지 지도자와 인민의 관계는 아니다. 그것은 막연히 모인 집합체라고 할 수는 있으나 결합체라고 할 수는 없다.
거기에는 공공복지도 없고 정치체도 없다. 비록 그 사람이 세계 인구의 절반을 예속시킨다 해도, 그는 역시 하나의 개인에 불과하다. 그의 이익은 다른 사람들의 이익과는 분리되어 있으므로, 여전히 사적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죽는 날이면 그의 제국은, 마치 참나무가 불에 타면서 해체되어 잿더미로 변해 버리듯이, 뿔뿔이 흩어져 통일을 잃게 될 것이다.
그로티우스는 말하기를, 인민은 자기를 왕에게 바칠 수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로티우스에 따르면, 인민은 자기를 왕에게 바치기 전에 먼저 인민인 것이다. 자기를 바치는 것은 그 자체가 시민의 행위로써, 공공의 토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민이 왕을 선출하는 행위를 검토하기 전에, 인민이 인민으로 되는 행위를 검토해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인민으로 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왕을 선출하는 행위보다 앞서는 것으로서, 사회의 진정한 기초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리 정해진 약속이 없다면, 선거가 만장일치로 되지 않는 한, 소수자가 다수자의 선택을 따라야 할 의무가 어디 있는가? 그리고 주인을 원하는 백 사람이 주인을 원치 않는 열 사람을 대신하여 투쟁할 권리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다수결의 원칙도 원래 약속에 따라 성립된 것으로, 최소한 한 번만은 만장일치가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회계약에 대하여
나는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생존하는 것을 방해하는 많은 장애물의 저항력이 강해져서, 각 개인이 자연 상태에서 계속 생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힘을 능가하는 시점에 인간이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이 자연 상태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인류는 생존 양식을 바꾸지 않으면 멸망해 버릴 수밖에 없는 위치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인간은 새로운 힘을 더 만들어 낼 수는 없고 다만 이미 있는 힘을 결합하여 방향을 새로 정할 수밖에 없으므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결에 의하여 힘의 총화를 이룩함으로써 장애물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또 이 단결의 힘은 단 하나의 원동력에 따라 움직이고, 전체를 여기에 조화롭게 협력시키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힘의 총화는 다수인의 협력에 의해서만 이루저리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힘과 자유가 자기 보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이상, 어떻게 각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손상시키지 않고 또 자기를 돌보아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전체에 협력하기 위하여-힘과 자유를 희생할 수 있는가? 내 주제와 관련하여 볼 때, 이 어려운 문제는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 전체의 공동의 힘으로 각자의 신체와 재산을 방어하고 보호하며, 각 개인은 전체에 결합되어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 밖에 복종하지 않고, 이전과 같이 자유로울 수 있는 하나의 결합 형태를 발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사회 계약이 해결해 주는 근본문제인 것이다.
이 계약의 조항들은 그 성격상 조금만 수정하여도 무효가 되며 무용한 것이 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이 조항들은 아직까지 명문화 되어 공포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어디에서나 같은 내용으로서, 사회계약이 깨어져 각자가 계약상의 자유를 잃고 최초의 권리를 되찾으며 계약상의 자유 때문에 폐기했던 자연적 자유를 회복할 때까지는, 어디에서나 무언중에 받아들여져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계약의 이러한 조항들을 잘 이해하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단 하나의 조항에 귀착한다. 즉 사회의 각 구성원들이 자기의 모든 권리와 함께 자신을 공동체 전체에 양도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첫째로 각자가 자기를 전적으로 양도해 버리고 나면 조건은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되고, 또 조건이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되면 그 누구도 타인에게 조건을 무겁게 하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양도는 아무런 조건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합은 가장 완전해져서, 구성원은 더 요구할 것이 없게 된다. 왜냐하면, 만일 개인들에게 약간의 권리라도 남아 있게 되면, 그들과 공중 사이에서 사리를 판단해 줄 수 있는 공통의 상위자가 없게 되고 따라서 모든 개인들이 어느 점에서는 자기 자신의 심판자이니까 모든 점에 대한 심판자가 되기를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상태는 그대로 존속할 것이며, 결합은 필연적으로 전체적으로 전체적인 것이 되거나 무력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끝으로, 각자는 전체에게 자기를 양도하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자기를 양도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은 자기가 양도하는 것과 똑같은 권리를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받기 때문에, 각자는 자기가 상실한 모든 것과 동등한 가치의 것을 얻고 나아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존하기 위한 더 많은 힘을 얻는다. 그러므로 만약 사회계약으로부터 본질적이 아닌 부분은 제거해버리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들 각자는 자기의 신체와 모든 힘을 공동의 것으로 하여 일반의지의 최고 지도 아래 맡기고-그런 정치 조직 속에서- 우리 모두는 각 구성원을 전체 가운데 불가분한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이 결합행위가 성립하는 즉시 계약자인 개인들 대신에 하나의 정신적이고도 집합적인 단체가 형성된다. 이 단체는 집회가 가지는 투표권과 같은 수의 구성원으로 조직되며, 이 결합 행위로부터 통일과 공동의 자아, 그리고 생명과 의지를 받는다. 이 처럼 모든 개인들의 결합에 따라 형성된 공적 인격을 옛날에는 도시국가라고 불렀으나, 오늘날에는 공화국 또는 정치체라고 부른다. 그 구성원들은 그것을 수동적으로 국가라고 부르고 능동적으로는 주권자라고 부르며, 그와 유사한 것과 비교할 경우에는 권력체라고 부른다. 구성원에 대해서는 집합적으로 인민이라 하고, 주권에 참여하는 개인으로서는 시민이라고 하며, 국가의 법률에 복종하는 존재로서는 신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들은 자주 혼동되어 서로 바꾸어 쓰이고 있다. 다만 이런 용어들이 정확하게 사용될 때 그것들을 구별할 줄 알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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