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계약론- 제1편 (4)

2022. 8. 13. 09:00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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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에 대하여

이러한 사회계약의 공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결합 행위에는 공공체와 개인들 사이의 상호 약속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각 개인은 말하자면 자기 자신과 계약을 맺고 있으므로 이중의 관계로 약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권자의 일원으로서는 각 개인에게, 국가의 일원으로서는 주권자에게 약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자기 자신과 맺은 계약에는 누구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민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에 대하여 의무를 진다는 것과 자기가 속하는 전체에 대하여 의무를 진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두 가지 사실도 지적되어야만 하겠다. 즉 신민들 각자는 두 개의 다른 관계에서 고찰되므로, 공공체의 의결은 신민 전체로 하여금 주권자에게 의무를 지게 할 수는 없다는 점과, 따라서 또 주권자가 자기도 어길 수 없는 법률을 자기에게 부과한다는 것은 정치체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하는 점이다. 주권자가 자기 자신과 계약하는 경우는 마치 자기 자신과 계약하는 개인의 경우와 같다. 따라서 어떠한 종류의 기본법도, 심지어 사회계약에 위반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단체와 약속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단체도 다른 단체에 대한 관계에서 보면 단순한 한 개체 또는 한 개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체 또는 주권자는 신성한 사회계약에 따라 처음으로 생긴 것이므로, 이 최초의 계약행위에 위반되는 행위, 예컨대 자기의 일부를 양도한다든지 또는 다른 주권자에게 복종한다든지 하는 행위를 하여 자기를 구속해서는 안 된다. 다른 정치체에 대해서도 자기를 구속해서는 안된다. 정치체나 주권자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그 계약 행위를 위반한다는 것은 곧 자멸이다. 무에서는 아무것도 창조될 수 없는 것이다.

 

다수인들이 결합하여 이처럼 하나의 단체를 만들게 되면 그 즉시부터 우리는 단체를 공격하지 않고서는 그 단체의 구성원 한 사람에게도 상처를 줄 수 없게 된다. 더구나 구성원들의 원한을 사지 않고서는 그 단체를 손상시킬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개인은 이중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그로부터 나오는 모든 이익을 결합하도록 노력하게 된다.

 

게다가 주권자는 그것을 구성하는 개인들로 형성된 것이므로, 개인들의 이익에 반대되는 이익을 갖지 않으며 또 가질 수도 없다. 따라서 주권자의 권력은 신민에게 어떠한 보증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정치체가 그 구성원 전체를 해치는 행위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체가 구성원을 개별적으로 해칠 수 없다는 사실은 다음에 설명하고자 한다. 주권자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항상 주권자로서 가져야 할 모든것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권자에 대한 신민의 관계는 이와는 다르다. 이 경우에는, 양자간에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권자가 신민의 충성을 확보할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주권자에 대한 신민의 약속을 보증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 한 인간으로서의 각 개인은 시민으로서 가지는 일반 의지에 반대 되거나 또는 그와는 다른 특수 의지를 가질 수도 있다. 각 개인은 그들의 특수이익과 전체의 공동이익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각 개인은 태어날 때부터 독립된, 절대적인 존재이니만큼 공동이익에 대한 의무는 희생적인 기부인 것이고, 따라서 이 기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들이 받는 손해는 기부를 함으로써 자기가 지게 되는 부담보다는 훨씬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국가를 구성하는 정신적 인격이 현실적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허구적인 존재로 보아, 각 개인이 신민으로서의 의무는 수행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만을 행사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부정이 계속 되면, 결국 정치체의 멸망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계약을 공허한 규정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이 계약은, 일반의지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복종하도록 단체 전체에 의하여 강제된다는 약속임을 암암리에 포함하고 있다. 이 약속만은 다른 약속에도 효력을 줄 수 있다.이것은 각 개인이 자유롭게 되도록 강제한다는 의미에 불과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각 시민을 조국에 바치게 함으로써 시민을 개인적인 종속으로부터 보호하는 조건이고 정치기구의 구성과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며, 시민으로서의 각종 약속을 합법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는 유일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 조건이 없으면, 시민으로서의 각종 약속도 불합리하고 전체적인 것이 되어 막대한 폐단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사회화 상태에 대하여

이와 같은 자연상태로부터 사회화 상태로의 이행은 인간에게 극히 현저한 변화를 가져다준다. 인간의 행위에 있어서 본능 대신에 정의를 기본으로 삼게 하고, 이제까지 결여되어 있던 도덕성을 부여해 준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육체의 충동 대신에 의무의 소리가 들리고, 욕망 대신에 권리가 나타나게 된다. 이제까지 자기 자신의 일만을 생각했던 사람도 이제는 다른 원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기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기 전에 자기의 이성과 의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회화 상태에서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누리는 많은 혜택을 잃게 되지만, 그 대신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인간의 능력은 크게 훈련되고 개발되며 인간의 사상은 폭이 넓어진다. 인간의 감정은 고상해지고 영혼은 전체적으로 고양되기 때문에, 만일 이러한 새로운 상태를 악용하여 인간이 벗어난 자연상태로 다시 떨어지는 일만 없다면 인간은 자기를 자연 상태로부터 지성적인 존재, 즉 인간이 되게 한 저 행복한 순간을 항상 축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득실의 대차대조를 비교하기 쉬운 말로 요약해 보자. 인간이 사회계약 때문에 상실하는 것은 그의 자연적 자유, 그리고 그의 마음을 끌고 그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무제한적인 권리이고, 반면 획득하는 것은 사회적 자유, 시민으로서의 자유,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소유권이다. 이 득실의 계산이 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는 개인의 힘 이외에는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는 자연적 자유와, 일반의지에 따라 제한받고 있는 사회적 자유를 분명히 구별해야만 한다. 또 폭력의 결과로 생긴 것이거나 아니면 가장 먼저 차지한 자의 권리에 불과한 점유와, 명확한 권리에 기초를 두고 성립되는 소유권을 분명히 구별해야만 한다.

이와 같은 것 이외에, 우리는 인간이 사회화 상태에서 얻는 것으로 도덕적 자유를 들 수 있다. 도덕적 자유만이 인간을 진실로 자기의 주인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단순한 욕망의 충동에 따르는 것은 노예적인 굴종이지만, 자기가 스스로 만든 법률에 복종하는 것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이미 너무 많이 말해 왔으며, '자유'라는 말의철학적 의미는 내 주제와는 별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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